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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걷기

만 보 걷기 시작 1 - 산티아고를 향해서

by 블루이 2023. 8. 4.

 

만 보 걷기 시작 1 - 산티아고를 향해서

 

어느 날 문득, 아주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나는 나이가 들어 병이 들지도 모를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무엇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삶은 외롭고 쓸쓸한 것임에도 죽음을 맞이하는 날까지는

그저 그냥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깨닫게 되면 굉장히 쓸쓸해집니다.

저는 활기차게 인생을 살아왔고

내가 해내기 힘들다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일해왔습니다.

 

그런데 늙음이 현실로 눈앞에 다가오고

이제는 옛날처럼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은

삶이 참 허망합니다.

뭘 위해서 평생 일했던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죠.

 

노을을 보면서 걷기

 

서서히 일에서 멀어지려고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내가 일을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일은 안 들어옵니다.

세상은 비정하잖아요.

 

무기력하게 지내던 어느 날 결정했습니다.

하루에 만 보씩 걷기로.

특별한 이유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냥 몸 안의 세포가 하나씩 죽어가고 있는데

그것을 살리는 방법은 없을 것 같았어요.

세포는 무기력하게 죽어가고

옆으로 쭉쭉 늘어나기만 하는데

이대로 그냥 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졌습니다.

뭐라도 해봐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만보 걷기를 해보자 싶었던 것이죠.

 

만 보 걷기를 시작하면서 몇 가지 스스로와 약속을 했습니다.

 

1.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기.

2.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한 달은 해보기.

3. 혼자 걷기.

 

 

이 세 가지 규칙을 정한 것은 다년간 쌓아온 헬스 비 날린 경험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동네에 새 헬스장이 생기면 6개월분 30% 할인에 혹해서 끊었다가

날린 것이 몇 번이었는지 모르겠으니까요.

돈은 무수히 날렸지만 나한테는 어떤 운동이 가장 맞는지, 어떤 방법이 좋을지

생각은 하게 되었으니까 완전히 손해는 아니었던 것이네요.

 

규칙을 정해 놓으면 운동하기가 쉬워집니다.

사람은 규칙을 정해 놓으면 그걸 깨지 않으려고 하는 습성이 있어서

어렵지 않은 규칙이라면 지키려고 하거든요.

 

저 규칙이 왜 필요한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기

 

이것은 다이어트를 해본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텐데요.

절대 필요한 규칙 중의 하나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면 살이 빠질 때도 있고, 정체 시기도 있고,

오히려 불어날 때도 있거든요.

살 빠졌다고 좋아하면, 며칠 뒤에는 살이 안 빠졌다고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보이는 날은 반드시 옵니다.

 

이렇게 일희일비하다가 운동도 다이어트도

포기해버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나의 체중에 관심을 두지 않기!

아주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지키기 어렵기도 하고

굉장히 중요한 원칙의 하나입니다.

 

2. 한 달은 해보기

 

한 달은 아주 긴 기간은 아닙니다.

일 년이라고 정해 놓으면 까마득해서 하다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라고 하면 못 지킬 정도는 아닙니다.

한 달은 생각만큼 그리 길지는 않아요.

 

한 달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한 달 하면 몸에 습성이 붙습니다.

습성은 무서운 것이라서

운동하러 안 나가면 오히려 몸이 지치는 것 같아요.

 

한 달 해보기!

무엇보다 중요한 규칙입니다.

 

 

3. 혼자 걷기

 

이것도 의외로 중요한 규칙입니다.

동네 아주머니나 누군가와 같이 걸으려고 하면

둘이 시간 맞춰야지, 걸으면서 수다 떨어야지.

걷기에 집중할 수가 없어집니다.

걷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혼자인 것이 좋습니다.

휴대폰을 손에 들기는 했지만 그건 걷기 어플때문인 거고,

걸으면서 오는 전화는 받지 않고

카톡도 답을 뒤로 미루고 오로지 걷기만 하는 겁니다.

 

음악도 없이 어떻게 걷느냐고요?

할 수 있습니다.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까치도 참새도 아닌 새 소리를 듣고,

멀리서 들리는 차 소리를 들으면서 걷다 보면

만 보는 쉽게 걸어버리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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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비를 삽니다.

런닝화를 샀고, 걸을 때 편한 바지와 티셔츠와 모자까지.

이런 건 장비 발이거든요~

 

 

공장지대에 쏟아지는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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