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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걷기

만 보 걷기 시작 3 - 주의할 점

by 블루이 2023. 8. 4.

만 보 걷기 시작 3 - 주의할 점

 

 

만 보 걷기에 관한 인터넷 검색을 피하라.

 

걷기 시작하고 일주일 동안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걸었습니다.

제가 걷는 시간은 오전 시간대로 열 시에 나가서 열한 시 반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습관처럼 오전에 컴퓨터를 켜고 내내 놉니다.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오전 시간을 보내는데

만보 걷기에 관한 검색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검색해서 뭘 알게 되면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생각하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러면 괜히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하니까 검색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만 보 걷기 시작하고 일주일도 안 됐을 때였는데

가랑비도 아니고 굵은 비가 장대처럼 내리더군요.

이날은 산책을 포기했습니다.

 

며칠 전에 봤던 오리가족

시간이 남아서 만 보 걷기로 검색을 하게 되었는데요.

정말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중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만 보를 걷는 것은 일본 만보기 회사의 농간이니 7,500보만 걸으라.

만 보를 걸어봤자 450Kcal밖에 소모되지 않으니 차라리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라.

내가 (기사를 쓴 기자가) 만 보를 걸었더니 두 시간이 걸리던데 이것은 시간 낭비이다. 이런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중년 여자인 저의 걸음으로 만 보를 걷는데 한 시간 20분이 걸립니다.

이걸 조금 당겨 보고 싶은데 그건 쉽지 않더군요. 만 보가 몇 km인가에 대한 계산법도 많던데 요즘은 그냥 애플리케이션이 다 해줍니다. 제가 걷는 만 보는 평균 7.8km라고 애플리케이션 화면에 뜹니다. 칼로리 소모는 잘 모르겠어요.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크게 중요한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쓸데없는 정보의 낭비입니다.

만 보를 걷는데 사람에 따라서 걸리는 시간이 다를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저처럼 땅딸한 중년 여자가 한 시간 20분 걸리는데 기사를 쓴 사람은 저보다 나이가 많거나, 저보다 키가 작거나, 키는 커도 보폭이 좁거나 그래서 두 시간 걸릴 수도 있죠.

 

저 기사 안에서 중요한 것은 한 가지, 만 보 걷기에 걸리는 시간입니다.

운동, 특히 살이 빠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걷는다면 보폭을 평소보다 크게 잡아야 하고 평소보다 빨리 걸어야 합니다. 첫날 걸었을 때는 만 보에 걸리는 시간이 한 시간 40분 정도 걸렸습니다. 그걸 줄이려고 애쓴 결과 20일 정도 지나자 한 시간 30분으로 줄었고, 지금은 한 시간 20분 정도 걸립니다.

 

 

만 보 걷기를 하고 나서 잘 먹고 하룻밤 자고 나면 다음 날 새벽에 내 지방이 몇 밀리는 사라져버린 것을 느끼게 됩니다. 남들은 못 느낄 정도로 미세한 양인데 나만은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순간 체중계에 올라가 몸무게를 잴 수도 있지만, 노련한 다이어터였던 저는 그런 짓을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체중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게 마련이고,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느낌입니다.

 

이렇게 3주 정도 만 보 걷기를 하고, 다시 나가던 날 이웃 주민을 만났습니다. 그분이 말하기를, 어디 아프세요? 얼굴이 너무 홀쭉해지셔서 걱정돼서요라고 하셔서 웃었습니다. 가족은 늘 보는 얼굴이라 못 느끼지만 오랜만에 보는 이웃들은 알아봐 주었던 겁니다.

저는 얼굴이 홀쭉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턱이 날렵해졌다 정도는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뱃살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겁니다. 치마를 입을 때 허리에서 말려 힘주어 끌어올리던 것이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이 바로 올라갔습니다. 이건 정말 기분 좋은 경험입니다.

 

3주일 동안 내가 뭘 했는지 말해보겠습니다.

저는 식사량, 먹는 양을 줄이지 않았습니다.

탄수화물 좋아하는 저는 밥도 실컷 먹고, 고기도 찌개도 잘 먹었습니다.

건강한 식단을 내놓아서 가족들도 건강한 식사를 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채소를 쪄서 먹고는 있지만 그것도 실컷 먹습니다. 커피도 원하는 대로 마셔주었고요.

저는 도저히 먹는 것의 양을 줄이지 못합니다.

 

탄수화물 중독자에게 밥은 필수입니다. 마약 중독자가 약을 찾듯이 탄수화물 중독자는 밥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탄수화물 중독자에게 다이어트는 독입니다.

절대 쉽지 않아요. 처음에 한동안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을 줄이고 식단을 짜서 식사량을 줄이면 5kg은 빠집니다. 완전 신세계죠. 55 사이즈 옷을 사도 몸에 맞고 안 들어가던 반지도 손가락에 쑥 들어가고 한 달은 할만합니다. 두 달도 석 달도 괜찮습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 같은 착각은 그러나 6개월 뒤 혹은 1년 뒤 산산조각이 납니다. 20kg 뺐던 살은 23kg 더 쪄 있으면 다행이니까요.

 

음식을 덜 먹어서 살을 뺄 때 요요 현상은 피할 수 없는 함정입니다. 설령 피했다고 해도 건강이 나빠져 있기 십상이고요.

 

저는 친구들에게 농담으로 내 살은 1kg에 백만 원짜리야. 얼마나 소중한 살인 줄 알아? 라고 말합니다. 정말 그래요. 각종 다이어트 프로그램 회사에 가져다 바친 돈, 피부과에서 하는 각종 살 빼는 시술, 마사지, 집에서 시도했던 수많은 디톡스 주스, , 참 수지침 집에도 천만 원은 가져다 바쳤네요.

그랬더니 친구가 말하더군요.

이제 그 값 좀 높여야 하지 않겠냐? 시간도 지났으니 시술 더 받았을 테고.

저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려줍니다.

대신 내 살이 더 늘어났잖니…….

 

건강하게 살을 뺍시다!

돈 안 들이고 저렴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요요 없이.

만 보 걷기가 최고의 방법이라고 확신을 두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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