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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걷기

5. 만보 걷기 — 언덕에서 구르고 말았습니다.

by 블루이 2023. 8. 7.

 

5. 만보 걷기 언덕에서 구르고 말았습니다.

 

최악의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걷기 시작한 지 20일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언덕에서 굴러 왼쪽 발과 오른쪽 무릎을 아주 심하게 다쳐버린 겁니다.

언덕이라지만 평지에 가까웠는데 자칫 발을 헛디디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길바닥에 쓰러진 채로 119를 불러야 하나 생각했을 정도로 고통이 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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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소견이 아니더라도 왼쪽 발목과 오른쪽 무릎이 심하게 다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생전에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었으나, 간간이 차들이 지나다니는 곳이라 길바닥에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다행이었던 것은 집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고,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 그나마 괜찮은 오른쪽 발에 의지해서 왼쪽 발을 질질 끌면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날은 오전에 시간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일이 많아서 밖에 나갔다가 들어왔고, 밤 여덟 시가 다 돼서야 나갈 시간이 생겼습니다. 밤이라서 플래시를 챙기고 조심하자고 생각하고 나갔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좀 급했던 모양입니다.

 

다음 날 오전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이미 그때는 너무 부어서 발등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꾹 들어간 자국이 보일 정도였습니다. 의사는 왼쪽 발목만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지만 저는 오른쪽 무릎도 함께 찍어보자고 했습니다. 사실 아픈 것은 오른쪽 무릎이 더했거든요.

 

다행히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왼쪽 발목보다는 오른쪽 무릎이 걱정이었는데 의사는 오른쪽 무릎은 괜찮아질 거라고 했습니다. 다만 왼쪽 발목의 부기가 너무 심각해서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20년 다닌 정형외과라서 저의 움직임을 잘 아는 의사는) 3주일 석고 깁스를 할 것인지, 3개월 동안 반깁스를 할 것인지 정하라고 했습니다. 석고 깁스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빨리 낫지 안 그러면 석 달 이상 아프고 부기도 있을 거라고요. 저는 운전을 못 하는 석고 깁스보다는 반깁스를 선택했는데 반깁스는 본인이 해야 하는 거라서 결국은 안 하고 말더군요. 다치고 나서 한 달 동안은 아예 걸으러 나갈 수가 없었어요. 통증이 너무 심해서 걷는 것이 불가능했죠.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오래 아플 거였으면 3주만 석고 깁스를 할 걸 그랬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뼈에 금이 간 것이 아니라서 의사도 강권하지는 않았고, 저도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오판이었습니다. 빨리 깨끗하게 낫고 싶으면 의사의 조언을 따르라! 그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통화하면서 발목과 무릎을 다쳤다고 했더니, 고등학교 동창 누구는 엉덩이뼈 수술을 했고, 무릎 인대가 파열해서 그걸 수술했고, 이런 우울한 소식이 가득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까 다들 아직 자기 몸이 젊은 줄 알고 평소대로 썼던 것 같습니다. 무릎 인대가 파열된 친구는 걷기만 하다가 헬스를 등록했다고 합니다. 우드득하면서 무릎뼈 나가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뒤로도 계속해서 운동하러 다녔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무릎 인대 파열,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해서 수술하고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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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기 시작한 것은 거의 한 달은 지난 뒤였습니다.

한 달 뒤라고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달 전보다는 걸을 만했습니다.

한 달 뒤의 세상은 정말 많이 달라져 있더군요.

동네 할머니가 심었던 해바라기 모종은 지금은 거의 공장 천장보다 더 크게 자라 있었어요.

 

다음 화부터는 천천히 느리게 걸은 걷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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