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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걷기

6. 느리게 5천 보 걷기

by 블루이 2023. 9. 17.

 
  
6. 느리게 5천보 걷기

 

한여름에 보았던 오리가족. 그 사이에 컸어요!


아주 오랜만의 포스팅이네요.
그동안 조금 바빴고, 아무래도 다리를 다쳤던 것이 최악의 문제였습니다.
걷지 말아야 하는데 사흘 쯤 쉬고 또 걷고, 그러면 발목과 무릎이 또 아파오고, 그래서 또 쉬고 그걸 되풀이하면서 3개월이 지나고 말았네요. 

 정상적으로 다시 만보를 걷기 시작한 것은 2개월은 넘었어요.
비가 오든 말든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걸은 것이 2개월째니까요.

살은 조금 더 많이 빠졌냐고요?
겨우 2kg 빠졌더군요. 
하루에 한 시간 반을 투자해 걷는데 겨우 2kg이냐고 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저는 만족합니다. 
먹는 거 가리지 않고, 양도 만족스럽게 먹을 만큼 먹고 2kg이라면 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다가 체중과는 관계없이 뱃살과 허릿살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지방층이 서서히 줄어드는 느낌은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어제는 남편이 당뇨 때문에 정기적으로 관리 받는 병원에 따라가서 혈압을 재보았습니다. 

제 혈압은 평소 125에서 130가량입니다. 7년 전에 급격하게 살이 쪘을 때 150까지 올라가 혈압약 처방을 받은 적이 있는데, 혈압약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끝까지 가야 한다는 속설이 있더군요. 하지만 체중 조절(되지는 않았지만)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125에서 130으로 자리 잡자 혈압약을 뗐습니다. 
혈압약을 뗄 때는 고민을 좀 했습니다.
담당 주치의는 나이도 있고 체중도 있고 혈압약을 떼는 것은 위험하지 않으냐고 했지만, 가장 낮은 혈압약을 반 알만 한 달 정도 먹어보고 여전히 혈압이 그대로인 것을 보고 혈압약을 뗐습니다. 그리고 6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제 혈압은 125에서 130 사이를 오르락거렸습니다. 


그런데 어제 남편이 다니는 내과 병원에서 잰 저의 최고 혈압은 108이더군요. 처음 있는 일이라서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서 바로 잰 거라서 몇 분 있다가 다시 재보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108. 

만보 걷기 운동의 효과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느리게 걷기로 돌아가서요. 
발목에 조금 두껍게 압박 붕대를 감았습니다. 
걷다가 나도 모르게 발이 미끄러지는 일이 잦아지는데 이걸 줄이려면 압박 붕대를 감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발목의 관절 부위를 압박 붕대가 단단하게 잡아줘서 저절로 미끄러지는 횟수가 줄어들더군요.
다친 건 왼쪽이지만 오른쪽도 걱정돼서 양쪽을 다 감았습니다.
그리고는 조금 느리게 걷기로 했죠. 보폭도 조금 좁히기로 했고요. 
걸음 수도 만 보에서 7천 보 정도로 줄였습니다.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들고 더 걷고 싶어져도 집까지 돌아오는 길을 7천 보로 계산했는데 항상 8천 보는 넘게 걸은 것 같습니다. 

발목이 아프다면 사실은 쉬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처음 의사는 3개월 깁스를 하면 완벽하게 나을 거라고 했는데, 깁스도 일찍 떼버렸고, 걷는 것도 한 달도 안 쉬고 나왔기 때문에 사실 발목은 지금도 아픕니다. 다친 지가 5개월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통증이 남아 있고 여전히 압박 붕대를 감으면 편해지는 것은 무리하게 걸어서인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변명하자면, 걷고 나면 너무 편해집니다. 심장이 깔끔해지고,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언젠가 하정우가 성시경의 유튜브에 나와서 하루에 4만 보 이상도 걸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음... 저도 가능은 할 것 같습니다. 만약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면요. 하지만 저에게는 하루에 한 시간 반, 이 정도만이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더군요. 그 나머지 시간은 가족을 위해서, 일을 위해서 써야하는 시간이고요. 아예 완전히 일을 은퇴하고 나면 저도 걷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발을 다쳐 느리게 걸을 때 필요한 것은 압박 붕대, 호흡을 느리게 조절해서 느리게 걷기, 대신 팔 운동을 더 많이 해줄 것, 등이 주의할 점입니다. 

발을 다쳤어도 걸어야 하느냐, 여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결국 자신의 선택이죠.
저는 아파도 걷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했을 때 좋은 점은 혈압이 지극히 정상으로 돌아왔고 (130에서 108로) 지방이 사라져가고 있고, 체중이 2kg 빠졌다, 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단점은 발목을 다친 지 4개월도 넘었는데 여전히 발목 통증이 있고, 평소보다 더 자주 삐끗하는 것 같고, 오른쪽 무릎뼈에 타박상이 생긴 것은 아예 낫는 기미가 안 보입니다. 이건 큰 단점이죠. 

저는 계속 걸으면 문제가 있을 것을 알면서도 걷기를 포기하지 않은 쪽이지만 자기 몸 상태에 맞춰 적당히 걷기를 조절해 주어야 합니다. 

아! 또 하나의 장점이 지금 생각났습니다.
지난 해 3월 코로나에 걸렸었는데 나은 뒤에도 냄새 맡는 것이 완전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딘가 답답했어요. 그런데 들판에서 나는 냄새가 다 느껴집니다. 후각이 확실히 좋아졌다는 것은 뇌로 혈관 공급이 잘 되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이런 건 확실하지 않은 자가 진단이고, 좋아진 점은 냄새를 잘 맡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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