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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걷기

7. 느리게 걷기

by 블루이 2023. 9. 21.

 

7. 느리게 걷기

 

처음 걷기 시작한 날짜가 2023514일이로군요.

오늘 날짜인 921일까지는 만 4개월이 지났지만, 그 사이에 발목을 다쳐서

걷지 못한 것이 거의 한 달 정도. 한 달 전에 체중을 쟀을 때는 2.2kg 빠졌더군요. 어째 몸이 조금 더 가벼워진 것 같아서 3일 전 체중을 재보고 깜짝 놀랐는데요. 그 사이에 1.1kg이 더 빠져서 4개월 사이에 3.3kg이 빠졌습니다.

 

 

굉장히 큰 나비였어요

걷는 것이 지겨울 때가 있어요. 한 시간 반 걷고 돌아오면 반드시 샤워해야 하고, 머리도 손질해야 하고, 기초화장 다시 발라주고. 그런 것들도 불편하게 만들죠. 가끔 귀찮아질 때가 있기도 하고요. 이런 마음이 들면 안 나가고 싶어질 때가 있기도 해요. 그런데 또 몇 달만에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 체중이 확 내려가 있는 걸 보면 다시 걸어야겠다는 의욕이 마구마구 생깁니다.

 

3개월 정도 운동에 3.3kg 감량.

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목표는 올 연말까지는 9kg 정도 감량하고 싶었어요.

원래 체중보다 20kg은 더 불어나서 체중 감당이 안 되는 중이거든요.

9kg은 불가능한 수치라고 해서 5kg 정도로 목표를 내려볼 생각이었는데

어쩐지 연말까지는 9kg 감량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

한 달 뒤 다시 체중을 재보고 여기에 올릴게요.

 

 

날갯짓이 우아하고 예뻤는데 내려오면서 보니까 길가에 쓰러져 있더군요.                                                   마지막으로 우아함을 뽐냈던 건가봅니다.

 

 

처음 걷기를 시작했을 때는 사실 아무런 목표가 없었습니다.

내년쯤에는 혼자서 산티아고를 걸어볼까 싶기는 했지만 그건 그저

생각일 뿐이고 저는 그냥 걸어야 했습니다.

걷지 않으면 뭐라도 해야만 했어요.

그 무렵, 오래 기르던 저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났거든요.

14년 동안 제 곁을 지켜주었는데 갑자기 아프기 시작하더니

상태가 악화했고 두 달쯤 앓다가 제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반려견의 죽음은 처음이 아니어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이별에는 익숙해지지 않더군요.

49재를 차려주고 밤에 화단에 뿌려주기로 했지만 아직입니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서,

너무 더울까 봐, 너무 추울까 봐 그냥 데리고 있습니다.

 

슬픔을 잊기 위해서는 걷기가 제일 좋았습니다.

특히 들판을 걷는 것이 좋았어요.

계절이 느리게 혹은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어서 좋았고

숲의 소리가 들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다른 반려견들이 주인과 산책하는 것을 보는 것도 슬픔을 잊게 하는 데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나의 것’ ‘나의 강아지에 집착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더니 슬픔이 조금 옅어지더군요.

 

걷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4개월 차.

아직은 좋은 점이 더 많이 느껴집니다.

걸으면서 사진을 많이 찍어왔기 때문에

만보 걷기 주제가 사라지는 날까지는 쭉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정말 산티아고에서 포스팅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스페인이 참 좋아요.

붉은 황토흙이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저는 그 나라의 토양, 흙이 보이더라고요. 일본과 독일은 검은 흙, 스페인은 붉은 흙, 영국과 프랑스는 그냥 보통 색깔, 국토 전부가 그렇지는 않지만 독일이나 일본은 특히나 흙이 검다고 느꼈어요. 그에 비해 스페인은 붉은색이죠. 산티아고의 붉은색 길을 찍어 올리고 싶은데 발목 상태가 그전까지 좀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추석 명절 잘 보내세요.

저는 다음 글을 들고 천천히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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